
2007년 KB 국민은행의 요청으로 개발된 ATEC사의 은행 창구 업무용 듀얼 모니터는 단순한 디스플레이 장비의 확장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 환경 속에서 ‘공간·행위·보안’을 동시에 재해석한 산업디자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본 제품의 디자인은 새로운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형태적 실험이 아니라, 실제 은행 창구라는 매우 제한적이고 현실적인 업무 환경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기능을 담는 외형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업무 흐름 자체를 구조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 가까웠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당시 은행 창구 환경은 매우 협소했습니다. 상담 직원은 고객 응대, 계좌 조회, 금융 상품 설명, 보안 확인, 내부 시스템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했으며, 디지털 정보의 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가로형 듀얼 모니터는 정보 표시 측면에서는 유리했지만, 실제 창구에서는 공간을 과도하게 점유하고 고객과 직원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모니터 개수’가 아니라 공간 속 정보의 배치 방식에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본 디자인은 ‘Horizontal Expansion’이 아닌 ‘Vertical Integration’이라는 접근을 채택하였습니다. 두 개의 15인치 LCD를 좌우로 확장하는 대신 상하 구조로 재구성함으로써, 동일한 정보량을 유지하면서도 창구의 점유 면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위로 쌓은 형태가 아니라, 사용자의 시선 이동과 신체 동작을 분석하여 결정된 결과입니다.
하단 모니터는 주 업무 화면을 담당하며 자연스럽게 책상 면과 연결되는 낮은 각도로 배치되었습니다. 이 각도는 장시간 업무 시 목과 어깨의 피로를 줄이기 위한 인체공학적 기준을 반영한 것입니다. 반면 상단 모니터는 정보 확인 및 보조 화면 역할을 수행하며, 시선이 과도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힌지 위치와 개폐 각도가 정밀하게 조율되었습니다. 두 화면이 동시에 열려 있을 때 사용자의 시선은 하나의 연속된 정보 공간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마치 하나의 확장된 작업 캔버스를 사용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디자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존 ATEC 싱글 모니터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확장성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개발하는 대신 기존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존중하고 재해석하는 방식이 선택되었습니다. 이는 제조 효율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중요한 결정이었지만,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연속성 있는 진화’**라는 철학을 구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기존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본체 베이스는 안정감을 강조하는 저중심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은행 창구 특성상 장비가 흔들리거나 이동하는 상황은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는 가볍고 정제된 인상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무게 중심은 단단히 고정되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완만하게 상승하는 곡면 베이스는 장비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느낌이 아니라,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의도되었습니다.
힌지 구조는 이 제품의 핵심 디자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단 모니터는 단순히 접히는 기능을 넘어, 보안 행위를 물리적 인터페이스로 전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민감한 정보 노출을 방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니터를 접는 동작 자체가 하나의 명확한 보안 행동이 됩니다. 소프트웨어 로그아웃이나 화면 보호기보다 직관적이며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하는 물리적 UX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접힌 상태에서도 제품의 형태가 완성되어 보이는가’였습니다. 많은 폴딩 제품이 열린 상태만을 기준으로 디자인되는 반면, 본 제품은 닫힌 상태 또한 하나의 완성된 오브제로 인식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상단 패널이 내려오면 전체 실루엣은 단정한 사각 볼륨으로 정리되며, 은행 창구의 정돈된 이미지를 유지합니다. 즉, 기능 변화가 곧 시각적 질서로 연결되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재질과 컬러 역시 금융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선택되었습니다. 과도한 기술적 이미지를 배제하고 신뢰감과 청결함을 전달하기 위해 뉴트럴 화이트 톤을 기반으로 구성하였으며, 빛 반사를 최소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표면 질감을 유지하도록 마감이 조율되었습니다. 이는 고객이 장비를 인지하기보다는 상담 경험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배경적 디자인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케이블, 포트, 통풍 구조는 사용자 시야에서 최대한 정리되도록 배치되었습니다. 은행 창구는 고객에게 항상 노출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장비의 후면 또한 하나의 ‘서비스 공간’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정돈된 구조는 금융기관이 전달해야 하는 신뢰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 제품의 본질은 단순히 듀얼 모니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은행 창구라는 서비스 환경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재구성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화면의 수가 아니라 업무 흐름을 디자인했고, 형태가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을 설계했으며, 기술이 아니라 경험을 조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제품이 ‘기술 중심 시대’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정보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물리적 업무 공간은 여전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본 디자인은 이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물리적 구조 자체를 재정의함으로써, 미래 금융 환경의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듀얼 모니터는 단순한 주변기기가 아니라 은행 직원의 업무 리듬과 고객 응대 경험을 동시에 개선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화면을 여는 행위는 업무의 시작을 의미하고, 접는 행위는 보안과 정리를 상징합니다. 제품은 더 이상 기계가 아니라, 업무 상황에 반응하는 동적인 파트너로 작동하게 됩니다.
산업디자인은 종종 형태의 아름다움으로 평가되지만, 진정한 디자인의 가치는 사용자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순간에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본 프로젝트는 바로 그 지점을 목표로 했습니다. 협소한 공간 속에서도 효율과 신뢰, 그리고 정제된 미감을 동시에 실현하고자 했던 이 디자인은, 기능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금융 장비 디자인의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제품은 화려함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사용자의 업무를 지원하며, 공간 속 질서를 만들어냅니다. 디자이너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제품은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경험을 향상시키는 오브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 ATEC 듀얼 모니터는 기술과 공간,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한 결과물이며, 지금 다시 보아도 디자인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조용히 이야기해주는 프로젝트라고 정중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The ATEC Dual Monitor System, developed in 2007 for KB Kookmin Bank, was not simply a hardware upgrade but a spatially driven industrial design solution tailored for the realities of bank counter environments. At the time, bank employees were required to manage increasing volumes of digital information within highly confined service spaces. Conventional horizontal dual-monitor setups occupied excessive desk area and disrupted both workflow efficiency and customer interaction. The design challenge therefore focused on reorganizing information within limited physical space rather than merely increasing screen quantity.
The project introduced a vertically integrated dual-display concept using two 15-inch LCD panels. By stacking the monitors vertically instead of expanding laterally, the system minimized footprint while maintaining full multitasking capability. The lower display was optimized for primary operational tasks with an ergonomic viewing angle supporting long working hours, while the upper display functioned as an auxiliary information surface, carefully positioned to create a continuous visual workspace without excessive head movement.
A key design strategy was preserving ATEC’s existing single-monitor platform architecture. Rather than developing an entirely new system, the design evolved from proven structural foundations, ensuring manufacturing efficiency, reliability, and visual continuity within the brand’s product ecosystem. This approach reflected a philosophy of evolutionary design—enhancing user experience while respecting established technical infrastructure.
The folding upper monitor became the defining feature of the product. Beyond mechanical flexibility, it introduced a physical security interaction: when staff left their desks, closing the upper display instantly concealed sensitive information. This transformed a simple motion into an intuitive security behavior, merging industrial design with operational workflow and human action.
The low-centered base structure provided visual stability and physical balance, while clean surfaces, neutral white finishes, and carefully controlled reflections reinforced the sense of trust and professionalism required in financial environments. Cable management, ventilation, and rear-side detailing were equally refined, recognizing that bank equipment remains constantly visible to customers and contributes to overall service perception.
From a designer’s perspective, the ATEC Dual Monitor redefined the bank counter as an integrated interface rather than a collection of devices. It organized technology, space, and human behavior into a coherent system, improving efficiency without visual complexity. The product demonstrated how thoughtful industrial design can quietly reshape workflow, enhance security, and elevate user experience, establishing a new direction for compact professional workstation design in financial service environments.